사순절은 예수님의 부활前40일, 수요일(재의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 경건하게 보내자는 취지로 교회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교회절기입니다. 성경에는 사순절이 없습니다. 종교개혁자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보면 천주교에서 사순절을 미신적으로 지켜 나가는 것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칼빈뿐만 아니라 청교도들도 사순절을 비롯한 다른 절기들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이미 영적으로 이미 죽어있던 우리를 살리시려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시기 위해 친히 하늘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셔야만 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보다 더 진지하게 묵상하자고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사라지고, 나중에는 사순절 기간 중에 무엇인가를 행함으로 자신이 더 거룩해지거나 더 경건해진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예컨대 금식을 한다든지, 자신의 몸에 고통을 가하는 어떤 행위들을 통해 의로움을 더해간다는 쪽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어떤 사람들은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순례를 행하기도 하고, 더러는 예수님처럼 동일하게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십자가에 매달려보는 사람도 있듯이 말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야만 거룩해지고 의롭게 되어 하나님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우리교회는 구약에서 규정하는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등을 지키지 않습니다. 구약의 절기들은 메시야를 바라보도록 안내 했던 표지판과 같아서, 예수님께서 오신 후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으심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성탄절과 부활절을, 그리고 예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성만찬을 중요한 의식으로 지켜가고 있고, 거기에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생각하며 받은 복을 헤아려보려고 한 해의 중간과 끝 무렵에 맥추감사주일과 추수감사주일이 있을 뿐입니다.
사순절을 지키면 더 의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의롭게 해주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는 기간으로 보낸다면 참 의미가 있을 것이고, 우리 교회의 모든 절기들의 본 의미를, 어떤 특정한 날을 정해서 하는 것보다는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묵상하며 거룩을 이뤄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LOVE